작성일 : 25-07-10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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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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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DEX자동차 주식 교황의 북한 방문 논의는 문재인 정부 시절 많이 거론됐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성과가 없었지요. 당시 상황을 복기해 보면 이렇습니다. 시작은 2018년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이었죠. 문재인 대통령이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묻자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에 오신다면 열렬히 환영하겠다”고 했지요. 다음 달인 2018년 10월 바티칸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김정은 위원장이 초청장을 보내도 좋겠느냐”고 물었고 교황은 “초청장이 오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면서 “(북한이)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그다음 달인 2018년 11월엔 프란치스코 교황의 고국인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동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다시 교황 방북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남북 평화를 위해 축복과 기도를 여러 번 보내 주셨고 여건이 되면 방북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셨다”고 했지요. 2018년에만 9월, 10월, 11월 연이어 교황 방북을 꺼낸 것입니다. 그렇지만 교황청이 요구한 ‘북한의 초청장’은 결국 오지 않았지요.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불씨를 살려보려 애썼습니다. 3년 후인 2021년 박지원 당시 국정원장과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이 나섰습니다. 박지원 원장은 2021년 7월 전남 목포 산정동 성당에서 열린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양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로부터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박병석 의장은 바티칸을 방문해 파롤린 국무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교황 방북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당시 박 의장은 “교황께서 북한에 가고 싶은 것은 확실하다. 문 대통령이 말씀하신 것처럼 성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북한의 초청장이 오길 바란다”는 파롤린 추기경의 말을 언론에 전했습니다. 그러나 이때도 북한의 초청장은 오지 않았습니다. 교황 방북에 대해 아무 반응이 없었지요. 여러 정황을 종합해보면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은 북한을 방문할 의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교황이 특정 국가를 방문할 때에는 여러 조건이 있습니다. 북한의 경우, 가장 큰 걸림돌은 교황청이 인정하는 사제가 없다는 것이죠. 북한에는 1988년 북한 당국이 지은 ‘장충성당’이라는 건물은 있지만 교황을 맞을 사제도, 신자도 없습니다. 교황이 방문하더라도 현지에서 신자들과 함께 교황을 맞이할 사제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제 유무는 교황 방문의 절대적 조건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북한은 1991년에도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방북을 추진했다고 합니다. 당시 교황청은 ‘진짜 신자가 있느냐, 있으면 데려와 보라’고 요구했답니다. 북한 당국이 부랴부랴 6·25 전쟁 전 신자였던 할머니를 찾아냈더니 그 할머니는 “하느님 감사합니다”라며 “한번 마음속에 들어오신 하느님은 절대 떠나지 않는다”고 했다지요. 그 할머니는 교황청까지 다녀왔고, 교황청 인사들 역시 할머니의 눈빛만 보고도 진짜 신자로 인정했다고 하지요. 그러나 이런 보고를 들은 김정일은 교황 방북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초청 계획을 뭉갰다고 합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씨의 책 ‘3층 서기실의 암호’에 나오는 에피소드입니다. 1991년 당시 상황을 돌아보아도 교황청 입장에서 교황이 북한을 방문하는 조건으로 사제의 유무 여부는 절대적 기준은 아닌 듯합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북한의 진정성’ 아닌가 싶습니다. 진지하게 교황의 북한 방문을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때의 경우 그 징표는 ‘초청장’이고요. 북한은 결국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유흥식 추기경은 지난 3일 귀국 간담회에서 2018년 당시 이야기를 잠깐 거론했습니다. 2018년 문 대통령의 교황 방문 때 유 추기경은 로마에 있었다고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러 차례 주변에 6·25전쟁에 따른 남북 이산가족 이야기를 하면서 ‘연락도 못 하고 지내고 있는데, 이보다 큰 고통이 세상에 어디 있나.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내가 북한에 가서 어려움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합니다. 당시에 교황청도 국무원장이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 쪽에 (초청장) 가능성을 타진했는데 북한 쪽의 대답이 없었다고 합니다. 유 추기경은 이날 간담회에서 또 “레오 14세 교황에게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녔던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 조금 설명을 드렸다. 교황님께서 잘 들으셨고, 잘 들으셨다는 것은 그분의 마음속에 새겼다고 알고 있고, 그런 면에서는 (이재명) 대통령께 가능하면 금년 중에 교황청을 방문하셔서 교황님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드렸다”고 했습니다. 지난 7일 이재명 대통령과 유흥식 추기경 면담 중 ‘레오 14세 교황이 2027년 세계청년대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할 때 북한도 한번 들러보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란 발언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입니다. 비교해 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나서서 김정은 위원장과 프란치스코 교황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초청 여부를 직접 타진했다면,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원론적 희망 피력 정도라는 점이 차이입니다. 무게가 많이 실리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교황이 북한을 방문한다면 세계적 뉴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북한에는 엄청난 변화가 있을 수도 있고요. 그렇지만 2018년과 비교해볼 때 상황 자체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북한이 교황을 초청하기 위해서는 뭔가 절박한 사정이 있어야 하겠지요. 1991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초청을 타진할 때는 국제적 외교적 고립을 타개하려는 목적이 있었지요. 그럼에도 신앙이 불러올 파급 효과 때문에 포기했다는 것이고요. 지금 북한은 교황을 초청해서 어떤 이득이 있을까요. 이런 사정 때문일까요. 북한이 새 교황에 대해 어떤 반응을 내놓은 것은 못 들었습니다. 새 교황 역시 북한 방문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했다는 소식도 없습니다. 남북 관계는 변수가 많습니다. 교황 방북 문제도 일반적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을 계기로 갑자기 진전될 수도 있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등장한 교황 방북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