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5-19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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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TC는 기존 학군단(ROTC)와 유사하나, 졸업시 바로 부사관이 된단다. 학생운동을 한다는 것은 군인이 정치에 참여한다는 의미였으니, 학생운동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언감생심 데모할 마음을 품을 수조차 없었다랩스 . 마음에 품었다고 한들 행동으로 옮기고 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이 시대의 '촛불 집회'나 '빛의 혁명'은 놀랍고 감격적으로 다가온다. ▲ ?한강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 ⓒ 창비 1987년, 나는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출퇴근하는 시내버스가 '충남대학교'를 지나갔다. 퇴근 무렵 교무회의에서는 교사가 시위현장에 참여할까 봐 노심초사하였다. 대학교에서 시위를 하고 있으니 그쪽으로 가지 말라고 했다. 대전역에서도 시위가 있으니 그쪽으로도 가지 말라고 했다. 카메라 채증에 잡히면 교직에서 쫓겨난다고 겁박했다. 하지만 나는 대학생 시위 현장에 가고 싶었다. 충남대학교 내에 있는 원형극장 같은 데에서 탈춤 공연이 있었다. 시국에 대한 풍자가 주를 이루었다. 공연은 늘 전두환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스탠드에는 다수의 학생이 모여 앉아서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이 끝나면서 학생들은 어깨를 겯고 교문 밖으로 나갔다. 그러니까 탈춤 공연은 '거사'를 치르기 위한 일종의 '의식'이었다. ▲ ?1980년 5월 14일~16일까지 도청을 비롯한 시내 일원에서 개최된 '민주화 대성회'라는 시국성토대회가 열렸다. 5월 15일에는 전남대, 조선대, 광주교대 대학생 1만 6천여명이 참여한 도청 앞 대학연합궐기대회도 열렸다. 당시 대회 자료사진. ⓒ 5.18 기념재단 "전두환은 물러가라, 훌라~ 훌라~"를 외치며 학생들은 행진했다. 학생들 앞에는 무장한 경찰이 막아섰다. 나는 맨 뒷줄에서 학생들을 따라갔다. 교문을 지나 유성 시내로 나올 때쯤이면 어김없이 경찰은 최루탄을 쏘아댔다. 가까이에서 듣는 최루탄 쏘는 소리는 무서웠다. 어느 순간, 갑자기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따가웠다. 가스 냄새에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거기서부터 대열이 흩어졌다. 학생들은 돌멩이를 던지며 후퇴했고, 거리에서 사라졌다. 최루탄 가스에 놀란 나도 달리다가 무작정 실내로 들어갔다. 가보니 중국음식점이었다. 자신의 코와 입을 가린 주인아주머니가 물수건을 주었다. 물수건을 코와 입에 대보라고 했다. 한참 후, 도로에 나오니 거리는 그야말로 폐허가 되어 있었다. 차도와 인도 사이에 있던 화분이 엎어졌다. 화분의 흙덩이와 크고 작은 벽돌 조각과 돌멩이들이 도로 곳곳에 널렸다. 인도나 벽면에는 '전두환 타도'라는 붉은 글씨가 핏자국처럼 선명했다. 참담했다. 얼마나 많은 정신적 고통이 뒤따랐을까 지금, 요만큼의 기억으로 요만큼의 문장을 쓰는 나도 이렇게 힘든데, <소년이 온다>를 쓴 한강 작가는 어떻게 그런 끔찍한 일을 취재하고 상상하고 글을 썼을까, 얼마나 많은 정신적 고통이 뒤따랐을까,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1987년 6월 항쟁 때, 서울에서는 이한열 학생이 최루탄에 피격당해 죽었다. 대전에서는 시위를 진압하던 21살 전경 박동진 상경이 죽었다. 한 사람의 권력욕으로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으면서 그때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 ?작년 12월 10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한 한강 작가 ⓒ 노벨위원회 5·18 민주화운동에 견주면 내가 본 1987년 시위 현장은 아무것도 아닌 축에 속할 것이다. 5.18의 참상을 상상하면서 책을 읽으니 가슴이 아팠다. 간간이 책을 덮고 숨 고르기를 하면서 심호흡을 하면서 책을 읽었다. 어떻게 그리도 잔인하게 많은 사람을 죽고 다치게 했는지, 그건 인간이 아니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동종 간에는 잡아먹지 않는다. 고양이가 고양이를 잡아먹지 않으며, 사자가 사자를 잡아먹지 않는다. 그래서 5.18을 일으킨 주범은 '짐승만도 못한 놈'이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놓는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니라는 듯이." (<소년이 온다> 17쪽) "마지막으로 정대를 본 건 동네 사람이 아니라 바로 너였다. 모습만 본 게 아니라, 옆구리에 총을 맞는 것까지 봤다. 아니, 정대와 너는 처음부터 손을 맞잡고 선두로, 선두의 열기 쪽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귀를 찢는 총소리에 모두 뒤돌아 뛰기 시작했다. 공포다! 괜찮다! 누군가 외치는 소리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앞 대열로 돌아가려는 아수라장 속에서 정대의 손을 놓쳤다. 다시 총소리가 귀를 찢었을 때, 모로 넘어진 정대를 뒤로 하고 너는 달렸다." (31쪽) 5.18 광주민주화운동에서 무고한 시민을 학살하라는 명령을 내린 사람이 누구인가.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을 데려다가 국민을 적으로 만든 사람은 누구인가.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날 군인들이 지급받은 탄환이 모두 팔십만 발이었다는 것을. 그때 그 도시의 인구가 사십만이었습니다. 그 도시의 모든 사람들의 몸에 두 발씩 죽음을 박아넣을 수 있는 탄환이 지급되었던 겁니다." (117쪽) ▲ ?5.18민주화 운동 당시 광주 제일은행(현재 무등빌딩) 앞에서 최루탄이 터진 상황에서 한 시민이 방독면을 쓴 계엄군에 둘러 싸여 겁에 질린 모습을 하고 있다. ⓒ 나경택 촬영, 5.18기념재단 제공 희생자의 참혹한 실상, 그리고 그것을 지켜봐야만 했던 유가족의 슬픔은 영원히 가슴에 남을 것이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간들 어찌 치유가 될 것인가. 또한 계엄현장에 투입되었던 군인들은 지금쯤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1980년이면 45년 전이다. 20~30대였을 이들은 60대, 70대가 되었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그들은 평온한 마음을 갖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트라우마는 이럴 때 쓰는 말이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부상당한 시민들이 흘리던 피, 그리고 귓전을 때리던 총성, 어찌 그것들을 잊을 수 있을까. 2024년 12월 3일, 국회에 난입했던 군인들은 지금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선관위에 들어갔던 군인들은 지금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잘못된 명령에 따른 것에 대하여 자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인명 피해가 없었으니 5.18 민주화운동 때와 같은 트라우마는 아닐 거라고 안심을 해도 되겠는가. 아직 공방 중이지만, 그래서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지만, 몇몇 법정 증언에 의하면 '총을 쏴서라도 들어가라'라는 명령이 있었다는데, 그럼에도 살상을 하지 않은 건 천만다행이다.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명령도 있었다는데 그럼에도 한 명도 인명피해를 입지 않은 것도 다행이다. 어떤 인명 피해도 없이 계엄이 불발되어 다행이다. 그것은 깨어있는 시민과 군인, 그리고 법을 지킨 국회의원 덕분이다. 12.3 계엄이 일어난 원인을 여러 각도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영구집권을 꿈꾸던 대통령의 망상, 그에 빌붙어 권력을 나눠 갖고자 했던 사람들도 원인이겠다. 전두환을 단죄하지 못한 것을 원인으로 꼽는 사람도 봤다. 더 이상 이 땅에 5.18과 12.3과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서는 안 될 것이다. 계엄의 참극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세대는 한강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통해 그날의 현장을 간접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는 모두가 아물지 않는 상처를 치유할 길을 모색해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
